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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사업 경관심의

경관심의의 모든것 ①

우리가 몰랐던 도시개발사업의 숨겨진 첫 단계
‘경관심의’부터 통과해야 합니다.

도심에 들어서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나 도시 외곽에 조성되는 새로운 산업단지를 상상해 보십시오. 이런 대규모 개발 사업의 가장 첫 단계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토지 매입이나 경제성 분석, 구역 지정 등을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은 개발 과정의 핵심적인 전제 조건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거의 모든 대규모 개발 사업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그러나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매우 중요한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경관 심의’ 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건물이 다 지어진 후 미관을 점검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오늘은 정부의 공식 지침을 통해, 이 강력하고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경관 심의에 대한 세 가지 놀라운 진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모든 것은 ‘계획 승인 전’에 결정됩니다: 경관 심의의 놀라운 타이밍

경관 심의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것이 사업의 마지막 단계에서 디자인을 다듬는 절차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입니다. 경관 심의는 사업의 ‘주요 계획이 승인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사전 절차입니다.

정부의 경관 심의 운영 지침에 따르면, 주요 개발 사업들은 다음과 같은 시점에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 공공주택지구조성사업: ‘공공주택지구계획의 승인’을 받기 전
  • 도시개발사업: ‘도시개발구역의 지정’을 받기 전
  • 산업단지개발사업: ‘산업단지의 지정’을 받기 전

이처럼 ‘승인 전’이라는 시점은 한국의 도시 계획 철학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는 경관을 프로젝트의 표면에 칠하는 마지막 페인트칠이 아니라, 구조를 결정하는 건축의 청사진으로 여기겠다는 선언과 같습니다. 이 시점의 강제성을 통해, 경관은 단순한 부가적인 장식 요소가 아닌, 사업 계획의 근원적 DNA이자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전제 조건으로 격상됩니다.

2. 아파트부터 산업단지, 항만까지: 경관 심의의 광범위한 영향력

경관 심의가 단순히 아파트나 상업 시설에만 적용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 적용 범위에 놀랄 것입니다. 이 절차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종류의 사업에 영향을 미칩니다.

정부 지침에 명시된 경관 심의 대상 사업들을 살펴보면 그 다양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 도시 개발: ‘혁신도시개발사업’, ‘정비사업’
  • 산업단지 조성: ‘산업단지 재생사업’, ‘연구개발특구의 개발사업’
  • 관광 및 여가: ‘관광단지의 조성사업’, ‘온천개발사업’
  • 기반 시설: ‘항만재개발사업’, ‘복합환승센터의 개발사업’

항만 재개발과 온천 개발이 동일한 경관 원칙의 적용을 받는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이는 단순히 미관을 중시하는 강력한 의지를 넘어, 국토 공간의 질적 수준에 대한 일관된 국가적 기준을 수립하려는 정교한 접근을 보여줍니다. 즉, 주거, 산업, 관광, 기반 시설을 망라하는 이 광범위한 적용은 국토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경관 자원으로 인식하고 관리하겠다는 선진적인 도시계획 사상을 반영합니다.

3. 누가 아름다움을 결정하는가: 중앙정부 핵심 위원회들의 역할

그렇다면 이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경관 심의는 과연 누가 주관하는 것일까요? 결정은 소수의 전문가로 구성된 모호한 위원회가 아닌, 각 분야를 대표하는 중앙정부의 핵심 위원회들이 내립니다.

경관 심의를 주관하는 심의 주체들의 면면은 이 절차의 무게감을 보여줍니다.

‘중앙 도시계획위원회’

 ‘공공주택 통합심의위원회’

‘경제자유구역위원회’

‘새만금위원회’

‘중앙 항만정책심의회’

‘경제자유구역위원회’나 ‘중앙 항만정책심의회’ 같은 기구가 경관을 심의한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정부가 경관을 단순한 미학적·환경적 가치를 넘어, 경제 및 산업 정책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잘 계획된 경관은 투자를 유치하는 자산이 될 수 있지만, 부조화한 경관은 장기적인 사회적 부채가 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Conclusion

정리하자면, 경관 심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이른 시점에, 훨씬 더 넓은 범위에 걸쳐, 그리고 훨씬 더 높은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국토 개발의 핵심 과정입니다. 이는 우리가 오늘날 보고 경험하는 대한민국의 국토의 시각적 질서와 정체성이 수많은 고민과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만들어진 결과물임을 시사합니다.

다음 번에 새로운 개발 현장을 지날 때, 그곳의 풍경이 치열한 심의를 통과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만들어가야 할 국토의 모습은 과연 어떠해야 할지 함께 고민해 볼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