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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이브behive도시와 사람을 연결하는 디자인 회사입니다.

공공디자인, 경관디자인, 로컬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과 지역의 가치를 반영한 공간과 문화를 설계합니다.
전문가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연구, 개발하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비하이브의 디자인은 시각을 넘어 행동과 경험을 변화시키는 도시형 통합 디자인 솔루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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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기반시설 경관심의

경관심의의 모든것 ②

우리가 매일 지나는 도로, 교량, 터널에는
생각하지 못한 디테일이 숨어있다: 사회기반시설 경관심의에서
발견한 5가지 놀라운 사실

매일 아침 출근길, 아름답게 뻗은 다리를 건너거나 잘 정돈된 터널을 지날 때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으신가요? “이 구조물이 단지 기능만을 위해 지어졌을까요,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까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도로, 철도, 교량과 같은 거대한 사회기반시설은 사실 ‘경관 심의(Landscape Deliberation)’라는 이름의 엄격한 검토를 거쳐 탄생합니다. 이 과정은, 자칫 차가운 기술적 절차로만 보일 수 있는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인간의 경험’과 ‘도시의 품격’이라는 가치를 불어넣는 핵심적인 장치입니다.

단순한 공학을 넘어 도시의 미학, 그리고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까지 고려하는 깊이 있는 디자인 철학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식적인 경관 심의 지침에서 발견한, 대부분의 사람이 결코 알지 못했던 5가지 놀랍고 사려 깊은 요구사항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에 숨겨진 의외의 디테일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1. 단순한 길이 아닌 ‘움직이는 풍경’을 설계합니다.

도로 설계는 단순히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가는 최단 경로를 그리는 작업이 아닙니다. 심의 지침은 설계자에게 ‘움직이는 사용자’의 관점에서 경관을 바라볼 것을 요구합니다. 멈춰 있는 시점이 아닌, 특정 속도로 이동하며 연속적으로 펼쳐지는 풍경의 흐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터널에 진입하기 전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나, 교량 최고점에서 갑자기 탁 트이는 파노라마 경관 같은 순간들이 모두 의도적으로 연출된 시각적 경험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최종 사용자의 경험에 대한 깊은 공감을 보여주는 놀라운 대목입니다. 출퇴근길을 단순한 이동 시간이 아니라, 시각적이고 미학적인 여정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도로 위에서 스쳐 지나가는 모든 풍경이 사실은 세심하게 계획된 ‘움직이는 그림’의 일부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동속도에 따른 시설 이용자가 바라보는 연속경관 이미지, 해당 시설이 통과하는 주변지역에서 해당 시설을 바라보았을 때의 조망 등을 제시한다.”

2. 밤의 얼굴까지 미리 그립니다: 야간경관계획

도시의 기반시설은 낮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의 지침은 ‘야간경관계획’을 통해 시설의 ‘밤의 얼굴’까지 미리 그리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단순히 안전을 위해 조명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섭니다. 조명의 종류와 위치, 밝기(조도 및 휘도), 심지어 색상까지 종합적으로 계획해야 합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계획이 사용자의 안전뿐만 아니라 “주변의 전체적인 야간경관과의 조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다리나 도로의 조명이 주변 도시의 야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밤 풍경을 완성하도록 만드는 것, 이는 제각기 빛을 내뿜어 시각적 소음을 만들어내는 수많은 상업 시설의 조명과 달리, 공공 인프라가 어떻게 도시의 야경에 책임감 있게 기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기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기반시설 야간경관

3. 데이터 과시는 금물, ‘핵심’만 보고해야 합니다

기술적이거나 관료적인 절차에서는 보통 철저해 보이기 위해 가능한 한 많은 데이터를 포함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관 심의 지침은 의외의 지시를 내립니다. 바로 불필요한 자료의 나열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줄이라는 소극적 지침을 넘어, 기존의 검증된 자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논의하라는 적극적인 요구입니다. 불필요한 중복 연구를 막고, 심의의 초점을 본질에 맞추는 합리적인 접근법인 셈입니다. 이 지침은 설계자들이 방대한 자료 뒤에 숨는 대신,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고 명확하게 소통하도록 유도합니다. 양보다 질, 보여주기보다 본질을 중시하는 것입니다.

“사업 추진에 필요하지 않은 자료의 나열은 지양한다.”

4. 안과 밖, 모든 시점을 고려하는 ‘360도 디자인’

훌륭한 기반시설 디자인은 두 가지 핵심적인 관점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첫째는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예: 운전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경관이고, 둘째는 주변 지역 공동체의 시점에서 그 시설을 바라보는 경관입니다. 심의 지침은 이 두 가지 모두를 분석하고 제시할 것을 명시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360도 디자인’ 철학입니다. 프로젝트는 이용자에게 기능적이고 아름다워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속하게 될 주변 환경을 시각적으로 존중하는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구조물을 단순한 유틸리티가 아닌, 모두가 함께 누리는 하나의 거대한 공공 조형물로 대하는 태도입니다.

5. ‘만약에’ 시나리오: 대안 설계와 장단점 비교는 필수

최종 디자인 하나만을 제시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심의 지침은 필요한 경우 여러 대안을 함께 제시하고, 각 대안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비교한 표나 도면(장․단점 비교표 또는 도면)을 첨부하도록 요구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검토를 넘어,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프로젝트가 독단이나 관성에 의해 결정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시민들에게 최선의 대안이 선택되었음을 논리적으로 보여주는, 투명한 공공 거버넌스의 한 단면인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가장 사려 깊게 고민한 해결책이 채택될 수 있습니다.

Conclusion: Beyond Concrete and Steel

우리가 살펴본 5가지 사실은 사회기반시설 설계가 단순히 콘크리트와 강철을 다루는 기술적인 작업을 넘어, 얼마나 인간 중심적이고 미학을 고려하는 과정인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그 속에는 경험의 연속성, 주변과의 조화, 명확한 소통, 그리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끊임없는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다음번에 새로 생긴 길이나 다리를 지날 때, 잠시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세요. 설계자가 당신을 위해 숨겨놓은 어떤 배려와 디테일을 발견하게 될까요? 이제 당신의 눈에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사려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 보일 것입니다.